[도서] 82년생 김지영 -고구마 먹은 결론이 오히려 현실적

2018. 3. 27. 08:13혼자여행자의 서재

정말 오랜만에 소설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도서는 2017년의 베스트셀러이자 올해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휴가지에서 읽은 책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82년생 김지영' 입니다. 미투 운동이 한창인 지금, 일부 커뮤니티 및 미디어를 통해서 "아이린이 페미니스트 선언을 했다"라고 이슈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해당 왜곡된 선언의 근거는 아이린이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는 다소 어이없는 사실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아이린은 정말 페미니스트이며,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이 책에 페미니스트 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미투 운동은 당연히 지지하나, 일부의 사람들이 여성들을 또 다른 차별적 시선으로 보는 것에 씁쓸함을 느낍니다.

이 책은 한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겪을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도 차별적인 상황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그래서 이 책에 손이 갔습니다. 종종 남편에게 제가 겪어온 차별을 말하면, 남편은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라고 응수합니다. 아직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있기 때문에 더 말하고 싶은 저는 더이상 '남녀차별'을 소재로 자유롭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저에게 보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남편에게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하여 함께 읽은 소설책입니다. 

저조차 깨닫지 못했던 남녀 차별, 예를 들면 '왜 남자 번호만 항상 1번으로 먼저 시작하는지'에 관해 남편은 남녀차별이라고 하는 것이 억지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가 남편의 주된 의견이었습니다. 

소설책을 비유와 은유가 많아서 읽기 힘들어하는 저에게 이 책은 어렵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마치 기사에서 나온 여러가지 여성 차별의 사례들이 모여있는 모음집 같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소설적으로 독특한 기법이라고 생각한 것은 주인공 김지영에게 장모가 빙의되고, 친구가 빙의되는 등의 모습이 나타나 차별적 상황을 주변 사람들이 깨닫도록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소설의 마무리는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같은 현실에 처해있으며, 임신한 직원으로 인하여 불편함 또한 감수한 경험이 있기도 합니다. 이 사회의 구조가 변하지 않는 이상 그와 같은 결말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괜스레 꿈과 희망을 주는 결말보다야 현실을 날카롭게 직시한 결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여행을 간 곳에서 후루룩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다만, 책을 읽다가 우울해질  수 도 있다는 주변 친구들의 경고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실 저에게 그정도는 아닙니다만)